1. 현실이 된 국어교육과
- 많이 달라졌는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COVID-19로 인해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 달라진 것은 여러분이 여전히 의무로서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 공부에 힘쓰던 몇 년 동안의 시절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긴 시간을 열중해서 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여전히 국어교육은 여러분 각자에게는 익숙지 않은 복장이고 게다가 무슨 용도의 복장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사실.
- 여러분의 한 세대 이전 선배들은 국어교육과 무관하게 달라진 현실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제는 들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 '캠퍼스의 낭만' 같은 말이 그 선배들에게는 대학 신입생의 치기어린 활극과 모험과 시도와 좌절을 설명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여러분은 당장 내일 등교하여 캠퍼스를 거닐게 되더라도 그 느낌과 감정을 갖기 힘들 것이다. 교양인으로서 대학생은 간 데 없고 취업 준비생으로서의 모습이 그 자리에 있게 되었으니, 캠퍼스는 여러분이 겪는 두 번째 입시 학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 물론 여러분 중에는 다시 오지 않을 스무살을 시험이니 취업이니 하는 부담스런 구속에 묶어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중 일은 나중 일이고, 지금은 지금인 것은 맞다. 내 대학 시절 '과가(과 노래)'는 제목은 알 길 없으나 이런 것이었다. "오늘의 할일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의 할일은 하지 않는다.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아니다 노는 게 더 좋다. .....'. 불확실한 미래와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하는 게 할일의 고작이었던 70년대의 '바보들의 행진'을 지나 대학은 많아지고 커지고 대학생은 더 많아진 80년대에도 여전히 현실은 암울하고 미래는 불확실했다. 그러한 시절에 행진하는 바보들 대신에 우수에 찬 안성기와 섹시한 장미희와 그보다 더 자주 보게 되는 성룡, 해리슨 포드, 실베스타 스텔론, 그리고 그많던 SF 호러들이 한결같이 낭만적인 그 무엇을 자극했다고 하면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에서 80년대 100대 인기 영화 목록을 찾아 보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듯싶다.
- 그런데 여러분에게 본의 아니게 찾아온 낭만을 얘기하려면 그것도 힘든 일이다. 방안에 앉아서 랜선으로 경험하게 되는 사회와 대학과 여러분의 스무살이 그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너무 메마르지 말고 그렇다고 허상 같은 낭만(이 단어는 결코 보편적인 말이 아니다.)을 외치지 말고 이제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현실이 보일테니까.
- 아무튼 여러분은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있지는 않지만 대학생이고 국어교육과 사무실에서 강의실에서 교수 연구실에서 여러분과 함께 4년에서 6년을 보내게 될 학과 교수들과 선배 동기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국어교육과 학생이다. 게다가 여러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예비 국어교사'이다.
2. 국어교육과 지원의 동기와 목적과 배경
- 사람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있고 그런 선택들이 사람의 현실을 만든다. 여러분은 각자의 사정에 의해 국어교육과에 지원했고 그 결과 국어교육과의 1학년 학생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국어교육과를 지원하게 된 내적 동기가 있었을 것이고, 간절히 원했던 것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구체적인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자발성이 앞서지 않았더라도 국어교육과를 지원할 만한 배경이 있었을 수도 있다. 각자의 사연은 알지 못한 채, 나는 여러분이 비슷한 출발선 위에, 혹은 출발선이라는 말이 마치 반드시 도달해야 할 결승선 같은 것을 연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같은 선착장, 자연공원 안내소, 고궁 출입문 근처에 있는 것을 본다. 여러분은 그렇게 만들어진 현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발걸음을 뗄 차례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 이 질문은 여러분의 국어교육과 지원 동기와 목적과 배경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사정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티켓 판매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을 출입문 안쪽으로 안내하고 방금 도착한 배편으로 여러분의 시선을 돌리게 하거나 잘 그려진 지도를 건네 주거나 해설사를 붙여줄 수 없다.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은 이제 곧, 어쩌면 벌써부터 우왕좌왕하면서 어찌할 바 모르게 될 수 있다. 어찌할 바 모르게 될 것이다.
- 내가 여러분의 사정에 맞게 여러분을 안내하려면 먼저 여러분의 사연을 알아야 한다. 사정마다 방향이 있고 사연마다 길이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분신술이 가능한 교육의 장에서 내가 여러분 각자와 같은 길을 동행해 가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방향과 길을 알아야 한다. 알고 가는 길은 여행이 되지만 모르며 가는 길은 유배가 된다.
전 국어교사가 되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3년이나 걸려 진정한 국어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떤 존재여야 할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꾸 걸어가면 발자국이 모여 길이 된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국어 선생님께서 수업에 들어오실 때 마다 인사대신 학생들에게 시키신 문장입니다. 전 처음에 이 문장에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여 개인적으로 교무실에 찾아가 여쭤보았습니다.“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시키신 문장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라고 여쭤보자 국어선생님께선 “○○아, 너 교사가 꿈이랬지? 저 문장의 의미는 선생님이 평생토록 이루고자 하는 의미가 있단다. 한번 네가 그 의미를 알아보고 오도록 해봐. 그게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그걸 이해한다면 넌 충분히 교사할 자질이 충분하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전 그저 그 상황에선 침묵으로 인사를 꾸벅하고 나와서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부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고3이라는 수험생활을 하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어에 관심이 많아 지식이 많았던 나는 언어영역에 질문을 하러오는 친구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을 최대한 쉽고도 친절하게, 또 재미있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새 점점 저에게 친구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 보충시간, 야자시간 할 것 없이 질문을 하러 오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배움을 얻어가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면서 뭔가를 깨우침을 얻어가는 친구들을 보며 난 벌써 누군가의 목표를 향한 표지판 되어가고 있음을 느껴가고 있었습니다. 대학교 합격발표가 난 후 고3 막바지에 교무실에 다시 찾아가 그 국어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제야 교사의 진정한 덕목이 무엇인 줄 알았습니다. 학생들에게 친근감으로 다가가 자신에게 학생들이 다가올수록 선생님은 학생들이 원하는 목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걷게 만들어 길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어서 목표를 향해 옆으로 낙오되지 않도록 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목표이자 가르침인 것을 선생님께선 말씀하려고 하신거 맞나요?” 국어 선생님께선 정답임을 말로 표현하시지 않고 환한 미소로 저에게 악수를 권했습니다.
국어교사에겐 도덕적인 성품, 가르침에 대한 지식, 뛰어난 유머감각 이 세 가지는 가장 중요하고도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하는 상호 보완적 필수 덕목이라고 3년에 걸쳐 알아냈습니다. 가르치는 자가 아무리 학문적으로 뛰어나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다면 가르침을 받는 학생은 당연히 인생의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교사의 지식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고민과 상담거리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대한 가르침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아무리 도덕적이고 가르침에 대해 정상에 있을지라도 국어 수업 자체가 딱딱하고 지루하기 십상인데 어려운 고전이나 문법 등을 가르쳐 준다고 할 때 학생들은 금방 지쳐 버릴 것이며 이해하기도 어려워 할 것입니다. 유행어나 요즘 식당 간판을 사용하며 비판을 해 보며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료를 적극 활용해 흥미를 유발시킨다면 어려운 국어과목도 학생들에겐 더 이상 지루한 과목이 아닌 재밌고 자신 있는 과목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덕목을 최대한 활용하여 미래에 교사가 된다면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려고 할 것이며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닌 형제, 자매지간처럼 편안하게 언제든 열려있는 국어교사가 되어 학생들 자신이 길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학업성적과 도덕적인 성품은 정비례하다고 보는 전 도덕적인 부분에서도 최대한 신경을 써서 학생들 각각 개인마다 상담을 언제든지 해줄 것이며 학생들이 웃으며 공부할 수 있도록 재치있는 언변으로 더 이상 국어공부가 딱딱한 과목이 아닌 웃으면서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최고의 국어교사가 되도록 달리고 또 달릴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꾸 걸어가면 발자국이 모여 길이 된다. 그 길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교사의 이상적 교육목표이다. 사람들은 길을 만들어 이상을 향해 똑바로 걸어 갈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교사의 참 된 이상적인 교육의 실천이 아닐까 합니다.
- 여러분의 선배 중 한 명이 1학년 때 쓴 글이다. 이 선배의 깨달음은 때이른 것일까, 때늦은 것일까, 적절한 때의 것일까? 이 선배의 깨달음은 적절한 깨달음인가, 오해와 편견이 있는 깨달음인가,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깨달음인가? 여러분은 국어교사와 국어교육에 대한 깨달음을 지금쯤 하고 있어야 하는가, 여러분도 도덕적이며 자애롭고 기쁘게 해 주는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여기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글의 시작점, 글의 도달점, 아니면 글의 과정 중에 여러분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데 정답이 있다.
- 여러분의 생각을 모아 보면, 비교할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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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어교사가 되어야 하는가?
- 국어교육과에 왔다고 국어교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어교육과 홈페이지의 학과 소개글을 보면, 대부분 국어교사 외에도 다양한 직업군이 졸업 후 진로로 제시되어 있다. 마치 3.4.3.4 / 3.4.3.4 / 3.5.4.3를 시조의 형태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 형태가 전체 시조의 8%인가 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는 것의 도달점이 국어교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 관념을 넘어서 편견이기까지 하다. 원하지만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국어교사는 졸업 후 희망 진로 분야로 보는 것은 고정관념에 비해서는 너그럽기는 하지만, 유일한 희망 진로로 본다면 여전히 편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국어교사는 국어교육과에는 다른 많은 선택지들 중 하나이다.
- 국어교육과(국어과)가 국어교사를 양성하는 곳이었던 때가 있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국어교육과는 그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가치를 품었다. 국어교육은 국어교사가 수행하는 국어과 교육보다 더 큰 범주이다. 국어교육이 자리잡은 곳은 학교를 포함하는 그보다 더 넓은 공간이다. 국어교사는 국어교육의 특정한 분야와 범위와 수준을 대단히 전형적인 범례를 중심으로 다룬다. 그것은 명확하고 수월하고 제한적이고 검증되는 것들이다.
-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모아 보면, 이 질문에 대한 의미 있는 답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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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어교육과에서 무엇을 하게 되는가?
- 국어교육과는 대학의 여러 전공들이 만들고 있는 분류 단위의 하나이다. 국어교육 제반 내용과 방법을 다룬다. 그 중핵에 국어교육학이 있다. 하지만 국어교육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이 있고, 언어학이 있고, 의사소통이론이 있고, 교육학이 있고, 매체이론이 있고, 그밖의 여러 담화이론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 이름이 붙지 않았지만 대기 중에 있는 여러 이론들이 있다. 대학은 이론을 다루는 곳인 만큼 국어교육과의 교육은 이론들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 당연히 여러분은 이론을 배운다. 이론은 정연한 지식의 체계이기에, 여러분은 간편화되어 있거나 거꾸로 복잡하게 엉키어 있는 실천의 체계보다 쉽게 대할 수도 있고 어렵게 대할 수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지식의 체계에 벌써 지쳐 있는 학생이라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국어교육의 지식 체계는 수십 년에 걸쳐 좀더 잘 설명될 수 있는 쪽으로 변화해 왔다. 만약 여러분이 아직 실천을 두려워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국어교육의 실천 체계는 수십 년에 걸쳐 좀더 잘 수행될 수 있는 쪽으로 변화해 왔다. 어느 쪽이 여러분의 성향이나 특성이든 간에 여러분은 국어교육을 좀더 잘 실현할 수 있는 여건 속에서 국어교육과를 다니게 된다.
- 하지만 이 공부가 예비 국어교사가 국어교사가 되는 과정을 뜻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여러분이 생각하는 국어교육과 졸업생의 진로에 대해 생각을 모아 보면, 과거로부터 미래로 가는 여러분의 향로가 짐작될 것이다.
- 여러분은 여러분의 선배들이 배워 온 공부의 방향을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배우게 될 공부의 길은 여러분의 선배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사범대학은 이제 서서히 다른 길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뀌게 될 전공 교과과정의 주요 방향
- 마이크로 전공 추가 (독서교육 마이크로 전공)
- 트랙제 확대 (내러티브와 스토리 팩토리 트랙, 창의언어문화 트랙)
- 다전공 융합교육을 위한 국어과 교육 (트랙제 확대)
- 당장 여러분은 어떤 공부를 해 나가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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