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에 불을 놓아
그 연기 들판을 가득히
낮은 논둑길 따라
번져 가누나
노을도 없이 해는
서편 먼산 너머로 기울고
흩어진 지푸라기 작은 불꽃들이
매운 연기속에 가물가물
눈물 자꾸 흘러내리는
저 늙은 농부의 얼굴에
떨며 흔들리는 불꽃들이
춤을 추누나
초겨울 가랑비에
젖은 볏짚 낫으로 끌어모아
마른 짚단에 성냥 그어
여기저기 불붙인다
연기만큼이나 안개가
들판 가득히 피어오르고
그중 낮은 논빼미 불꽃 당긴 짚더미
낫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뜨거운 짚단불로 마지막 담배 붙여물고
젖은 논바닥 깊이 그 뜨거운 낫을 꽂는다
어두워가는 안개들판 너머
자욱한 연기 깔리는 그 너머
열나흘 둥근달이 불끈 떠오르고
그 달빛이 고향마을 비출 때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농부에
소작논빼미에
짚더미마다 훨훨 불꽃 높이 솟아 오른다
희뿌연 달빛 들판에 불기둥이 되어 춤을 춘다
(정태춘 작사/곡,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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