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근무하는 대학 밖에서 이와 비슷한 주제의 강연을 대여섯 번 정도 한 적이 있습니다. 매번 강연 원고를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서 고생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한 것 같습니다. ‘국어교사의 전문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중등 국어과 임용 시험, 본래 이름대로라면 ‘중등교사신규임용후보자선정경쟁시험’에 대해 강연을 해 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학술 강연회를 기획하신 소장님이나 운영위원회에서 내가 이 주제를 감당할 만한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신 게 아닌가 싶어 적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내 생각을 먼저 이야기함으로써 강연으로 비롯된 소통의 전제로 삼고자 합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나는 ‘국어교사의 전..
구글에 알리미 기능을 사용해서 기사를 받아 보고 있는데 이런 기사가 떴다. '제주의 빛' 김만덕 마침내 검정 교과서에 실렸다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68778 제주 지역 언론인 '제주의 소리'에 실린 기사 제목(2009.09.12)이다. 제목의 어조가 자못 감격적이어서 마치 지역의 오랜 숙원이 해소된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것 참, 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되는데, 요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어떤 교사의 교과서 품평과도 오버랩되는 것이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국민일보 기사로 뜬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안철수 코너 생겨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eco&arcid=09..
독서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성과에 기대어 정리해 본다면 대략 다섯 단계를 거치는 독서 능력의 발달 경로를 설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를테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까지의 ‘문자 해독기’, 대략 초등학교 2~4학년에 걸친 ‘기초 독해 기능 습득기’,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아우르는 ‘기능적 독서기’, 중학교 2,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 대응하는 ‘독립적 독서기’, 그리고 고등학교 2, 3학년과 대학 교양과정에서의 ‘전문적 독서기’의 구분이 그것이다. 여기에 대학 전공과정 이후를 ‘직업적 독서기’로 명명하여 독립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각 단계의 명칭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다소간의 견해 차이..
교육과정 좌담회 시 간 : 2009년 4월 18일 늦은 3시~5시 장 소 : 전국국어교사모임 2층 회의실 참가자 : 조장희(우리말교육연구소 부소장, 신일중학교 교사) 서진석(역곡중학교 교사) 서혁(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최지현(서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정 리 : 정영진(가락중학교 교사) Ⅰ. 인사 조장희(이하 조): 이제 검인정 국어 교과서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고, 올해 하반기에는 각 학교에서 교과서를 골라서, 내년에는 중학교 1학년부터 새로운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전환기를 맞아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나침반과 지도도 없이 낯선 길을 찾아나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듣고자 대학에 계신 두 분 선생님과 현..
“재미있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나서 그 내용에 대해 물었는데 아이가 더도 아니고 (물론 덜도 아니겠지만) 한마디 표현으로 간단히 대답했다면 여러분은 이 글은 주의 깊게 읽어둘 필요가 있다. 아이의 표정이 책 내용이 그저 그랬다는 듯이 심드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못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또랑또랑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다. 이 글은 이를테면 “재미있었어요.” 같은 한 단어 문장의 반응에 대한 얘기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독서 이론은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첫째, 보통 책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개의 글이 합쳐진 것으로 하나의 주제로 간단히 평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 대한 전체적 인상을 ‘재미있다’라고 표현했다면, 이 아이는 읽은 내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했다고 볼 수도 있다..
70년대를 디스코에 목말라 하던 까까머리 중학생이 있었다. 80년대를 ‘매카닉’(mechanics)에 미쳐 살았던 얼굴 하얀 중학생이 있었고, 90년대를 게임에 빠져 살았던 사복 입은 중학생도 있었다. 다들 입시에 중독되어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 것만 같았던 시대였지만, 어딘가에서는 꼭 이러한 학생들이 있었고 그 수는 결코 적지만은 않았다. 이쯤 얘기하고 나면, 여러분은 그 다음 대목을 예상한다. 그래서 그들의 미래가 참담해졌다고 말하는 건 너무 뻔한 얘기일 터이니 오히려 그들이 성공했다는 줄거리가 나올 게 아니냐고 말이다. 나는 여러분이 그렇게 예상할 줄 았았다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동의한다는 고갯짓을 한다.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때의 중학생들 가운데에는 지금 신세대 문화 평론가며, 기계역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