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쓰다] 김치만큼 사랑해
수나야, 언닌데 언니 얼마나 사랑해 아니, 언닌데 언니라구, 응 언니 얼마나 사랑해 얼마나 사랑하냐구 뭐 응 김치만큼 사랑한다구 얘, 그런 말이 어디 있니 들었니 수나가 그러는데 날 김치만큼 사랑한대 웃기지 않니 김치가 뭐니, 김치가 (2009.09.29)
[自作詩] 그 많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필 그때 방송에 나온 구질구질하고 유쾌하던 이 잡는 얘기에 어린 시절 겨울 화롯가에서 옷 벗어 불에 쬐며 똑같은 경험을 했던 얘기를 덧붙이며 신나게 꺼내들다가 택시운전기사 아저씨와 키득거리다가 궁금해졌다 내가 가르치는 스무 살 청춘들과는 소통도 되지 않는 이야기로 신이 나 있는 나의 기억 속의 이들은 어디 갔을까 증명도 할 수 없고 옛이야기로 물릴 수도 없는 이 생생한 허구가 내 기억 속의 온갖 사태들을 호출해 낸다 이 어정쩡한 사십대는 한때 유신 시대 끝물에 떠밀려 칠십구년 시월이 우울하도록 강요당했고 책을 덮고 그 대신 책을 꺼내 읽으며 그러면서도 책을 부둥켜안고 놓치지 않으려고 거리에 나가서도 팔사년, 팔오년, 팔육년, 팔칠년 시간의 능선 아랫길을 조심조심 걸었더랬지 황공하게도 삼팔육이라는 이름에..
[詩作] 수상한 남자의 이상한 주머니
내 집 앞을 지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내 앞집 남자다 매일 같이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주머니에서는 매일 다른 소리가 울린다 그는 얼굴도 본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는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내 집 앞을 지나며 소리를 울린다 그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다 매일 달라지는 주머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다 그것은 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에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지만 그 물건은 그가 가진 전부일 게다 한때는 댕글댕글 보글보글 이런 소리가 들리다가 요즘은 왈강달강, 부스럭거리는 수상쩍은 소리를 낸다 그러면 그 남자는 조심스럽게 집 앞을 지나쳐 소리를 숨기려 하지만 수상쩍은 소리를 내는 그 주머니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의 사정을 공포라도 하듯 외려 소리를 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