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정서’와 ‘모순 형용’ 복합 정서는 일상적으로는 느끼기도 쉽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감정의 고조된 상태이다. 복합 정서는 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쉽게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편치 않은 심리적 상태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병리적 상태로 취급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여러분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데 그의 모습이 당당함과 비굴함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면, 여러분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병리적 심리 상태가 문학에서는 가치 있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고 고양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기도 하고, 그 자체가 성숙의 과정과 지표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문학이 개척하는 인간 내면의 신천지..
몇 년 전에 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안산에서 고등학교 문학을 지도하고 있는 ○○○입니다. 재작년에 한양대 특강 때 교수님 강의 들었습니다. 덕분에 시를 이해하는 안목을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교수님께 메일을 쓴 이유는 표현기법 중에 반어법과 역설법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입니다. 학생이 가져온 문제를 풀어주는데 반어법인지 역설법인지 명확하지가 않아서요. 다른 선생님들도 너무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정호승의 '또 기다리는 편지'의 마지막 구절인데요.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
또 이런 질문이 있었어요. 작년 10월에 선생님께서 현대시 특강을 해주셨는데, 그 때 자료를 보면 전라도 가시내(이용악)에 대한 설명에서 서사적 구성>이야기시 : 이야기시의 특징은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함축하고 있는 것. 이렇게 되어있어요. 그렇다면 전라도 가시내는 단편 서사시로 보나요. 이야기시로 보나요? 둘 다? 이용악의 또 다른 시 오랑캐꽃은 전형적인 이야기시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 시 역시 단편 서사시라고도 할 수 있는 거예요? * 결국 단편 서사시와 이야기시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인지, 같은 개념으로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두산동아(현대시)의 설명을 보면 단편 서사시와 이야기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단편 서사시 단편 서사시란, 1930년대 프로시가 당대 현실에 대..
심상은 어떤 작용을 하는가 심상은 감각의 대상이다. 심상은 모든 것을 감각적인 대상으로 만든다. 일차적으로는 언어를 통해 감각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독자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심상은 마음의 작용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은 상상력이다. 심상은 상상을 통해 사물들을 감각화하지만, 개별적인 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음 속에 잠깐 흐릿한 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인상과는 달리 심상은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겨진다. 이것은 심상이 사물을 감각화하면서 동시에 체계화하기 때문이다. 심상은 이성적 사고가 사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논리적으로 조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분류하고 조직한다. 따라서 심상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물을 연관 속에서 지각하게..
심상은 언어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심상이 사물을 대리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유형화될 수 있다. 첫째는 사물의 본성과 형상을 함께 대리하는 방식으로, 이때 심상은 상징이 된다. 예컨대 심훈의 「그날이 오면」에서 ‘그날’은 절대절명의 염원을 함축한 그 무엇이 된다. 그러니까 ‘그날’은 단순히 해방의 그 날로 환언(paraphrase)할 수 없는 것이며, 그 까닭에 역사적 기록에 머물지 않고 문학이 되는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
심상은 무엇을 하는가 심상은 마음에 맺힌 상이다. 이 말이 은근히 드러내는 바, 그것은 일종의 공간적 비유이다.(반면에 율동은 시간적 비유에 속한다.) 그러니 나의 내면(이것도 공간적 비유이다.)과 외면 사이의 대응 관계로서 심상이 존재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것은 거울에 반사된 모습과도 같을 수 있고, 혹은 등불에 비춰진 모습과도 같을 수 있다. 만약 거울의 상을 심상으로 본다면, 비추어지는 대상인 실제가 있어야 마땅하다. 반면에 등불의 상으로 심상을 본다면, 세상 만물이 모두 심상이 된다. 아주 단순화하자면, 빛과 그림자의 관계가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겠다. 만약 빛이 밖으로부터 온다면 그림자는 빛을 등지고 거울에 드리울 것이고, 반면에 빛이 안쪽에서부터 퍼진다면 그림자는 바깥쪽 어..
1. "상징미학"에서 단지 제 일차적으로 문학 작품이 묘사한 경험, 감정, 행동, 상황에 속하는 것이며, 시를 창작할 때 이런 것들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독특한 방법에 의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적인 진술을 실제적으로 분석했을 때 발견되는 본질적인 의미다. 이것은 시적 진실의 기술적 의미와 구별된다. 기술적 의미의 진실은 시 작품 자체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그 작품으로부터 추출한 일반적 추론에 적용될 뿐이다. 시에 있어서의 진실성의 문제가 이처럼 매우 복잡하게 된 것은 진실의 두가지 의미가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 일차적인 미학적 의미는 일반적 의미와는 부합되지 않으나, 반면에 제 이차적인 추론적 의미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생리적으로, 일반인이 학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