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생을 위한 교육학 논술 - 다섯 가지 포인트로 접근하기 시작은 글쓰기에 있다 가. 글쓰기는 대화이며, 대화가 아니다. (1) 글쓰기는 의사소통의 행위로서 대화적 성격을 갖는다. 대화에는 상대방이 있으며, 내가 하는 말에는 답변과 물음이 있다. “오늘 단대 맞춤형 워크숍은 교육학 논술에 관한 것이라던데……. 그거 들을 만 한 거야?” 대화로서 글쓰기는 독자가 마땅히 의문을 가질 만한 부분에서 답을 주어야 한다. 한 시간 정도의 교육학 논술로 논술문 작성 능력이 길러진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효과성의 문제는 한 시간 동안 배울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 당신은 여기서 강연의 의의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에 대한 답변은 내가 미리 준비해 두고 있..
지난 달, 이 그룹을 알게 되었다. 민요, 굿과 재즈, 팝의 크로스오버, .....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이 음악을 민요록이라고 한다고..... -가 주목되기보다 오히려 저 드랙퀸의 중성적인 가창자의 모습이 박수무당을 나타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박수무당의 중성적 성격은 남자 무당인 박수가 여장을 하고 여성적 음색을 내면서 의례를 행함으로써 갖게 되는 양성적 모습에서 비롯되는데, 여기서 양성성을 드러낸다기보다 오히려 성적 특성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중성적 성격을 갖게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신내림이 주로 여성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을지, 그래서 무당(강신무)의 포즈가 여성성에 있었기 때문에 박수가 그런 모습을 갖추게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또 그래서?) 이 중성적 모습이 오히려 학습무로서의 박수를 ..
누굴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닌 이상,블로그는 쓰임과 쉼이 불규칙하게 반복된다.어쩌다 들어오게 되니그새 일 년이 지났다.이 블로그는 나얼의 노래와는 달리나 없인 추억을 만들지 못한다. (그것 참 이상하다, 보통 내 사진이나 글은 인터넷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데.... 우연히 ppt 자료 보고 링크 따라 내 블로그에 들어와 버렸네.)
슬며시 다가와서 나의 어깨를 툭치며 아는 체 하는 그런 詩, 대수롭지 않게 스쳐가는 듯한 말씨로써 가슴을 쩡 울리게 하는 그런 詩, 읽고 나면 아, 그런가부다 하고 지내쳤다가 어느 순간에 번개처럼 번쩍 떠오르는 그런 詩,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詩 슬며시 하늘 한자락이 바다에 적셔지 듯한, 푸나무와 푸나무 사이의 싱그러운 그것 같은 그런 詩, 밤 늦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쳐다보는, 갈라진 구름 틈서리로 밤하늘의 눈동자 같은 그런 詩. 이 작품이 수업에서 사용이 되기라도 했나? 갑자기 몇 번의 구독수가 생겼다. 그걸 알게 되고 나서 들어와 보니, '응, 나중에 이 시를 가지고 엮어읽기든 작품 해설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적어 놓았던 것 같다. 그러고 한참을 잊고 있었던 셈인데, 비공..
교수들의 수다교수 담화의 다섯 가지 요소 최지현(국어교육과 교수) 담화 중에는 담화 참여자들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담화의 형식을 통해 드러나고, 유지되고, 심지어 야기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종교 담화, 경찰 담화, 법정 담화, 의료 담화 같은 것들……. 이 담화들은 고해 성사나 취조, 심문, 문진 같은 담화를 통해 담화 참여자인 신부(목사, 스님 등도)와 신자, 경찰과 피의자(증인, 심지어 피해자까지), 검사(변호사, 법관 등도)와 피고(증인, 심지어 원고까지도), 그리고 의사와 환자 간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보여준다. 알게 모르게 그 관계를 강화한다. 어떻게? 일반적인 의사소통 관계에서와 달리, 이 관계에서는 아는 자가 묻고 모르는 자가 답을 해야 한다. 답을 하는 자는 묻는 자의 심중을 따..
김광규의 '상행'은 반어로 이루어져 있는가? 정호승의 '또 기다리는 편지'에 대한 현장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는 글을 올려 놓고 시간이 좀 지났는데 그 글을 읽으신 블로거 박유주 님이 김광규의 '상행'에 대해 댓글로 질문했다. 질문 내용은, 이 시는 반어적 어조를 가지고 있는가, 이 시는 현실을 비판한 시인가이고 답변의 조건은, '김광규 시인의 배경이나 시 본문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는 배제'하라는 것이다. 반어라는 것부터가 답변의 조건에서 벗어난 정보여서 조건에 맞게 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사고의 도구로서 문학적 개념들을 이 조건에서 예외로 하고 답변을 해 보기로 한다. 먼저 시를 읽어 보자. 상행(上行), 김광규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
잠시 후 동녘대모산 너머 남한산 넘어빛 뿜으며 넘쳐올 때면막 시작한 새해가 실감날 거야 또렷이 아침이 떠오를 거야 희망, 어린 계획들도 세워 두었고어김없는 시간이 예고대로 다가온다네 새해도 아침처럼 떠오르겠지밝은 날 새로 시작하는 널손 잡아 주겠지 첫날의 아침 햇살서로 나누겠지 그때까진아직 어둡고바람은 찰 거야해야 할 일이남아 있고밤은 새었어도갈 길은 먼아침 아닌 새벽이재촉하는 새벽이(2016.01.01)
바위사리, 박순호 바위 하나 굴러 떨어졌네각으로 세워졌던 삶이강바닥을 떠돌면서파도에 휩쓸리면서바람이 베어가고햇살이 파내가고다 내어준 뒤바위의 몸에서 뭇별 같은 모래알사리가 쏟아져 나왔네 잉여 「바위사리」는 바위와 모래알의 인접성 관계로부터 불교적 정진(精進)과 ‘사리’를 떠올려낸 재미있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사리는 정진이 내면적인 과정이라는 것과 연계되어 존재의 내부에서 형성된 고갱이를 빗대어 표현하는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그래서 문병란은 ‘시(詩)를 ‘재 속에서 추리는 마지막 사리(舍利)’(「시」)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런데 바위가 깨져 나가며 ‘사리’가 된다니. 이것은 맥락을 놓친 무리이거나 새로운 발견인 셈인데, 나는 후자 쪽을 응원한다. 바위가 뭇별 같은 사리를 쏟아내는 것이 그만큼 흔해서가 ..
진부한 표현, 혹은 클리세(cliché) 채송화, 조명제 백로(白露) 가까운 언저리담장 위에 내어 놓인 분(盆)의빨강색 채송화철길도 녹여 휘어뜨린다는일만 톤의 햇살을 받고도작은 입 모양을 하고 이쁘게만 피어 웃고 있는저 역광(逆光)의 황홀경, 그 속에 숨어 있는,살을 파고들어 뼈를 찌를 듯매섭게 꽂혀오는 부드러움의 강인한 힘. 이를테면, 나는 시의 배경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배경이 환경이 아닌 풍경으로 역할하게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풍경으로서의 배경은 그것이 전경과 후경의 관계처럼 초점화된 대상을 부각하는 데 기능하는 경우에조차 그 전체가 하나의 단일한 정조와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작용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배경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이미지와 초점화된 대상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서로 겉돌게 되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