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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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모든 山脈들이 바다를 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의 뒤에 白馬 타고 오는 超人이 있어 이 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陸史詩集, 1946) 1. 해석은 맥락적 단서가 최소화되더라도 가능한 것부터 시도하면서 확장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국지적으로 표현된 것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말하자면, 다른 해석이 그다지 높은 설명력을 갖지 못할 경우 취하게 되는 ‘유보적 판단’의 경우에 한한다. 2. 이런 점에서 여전히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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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그릇1,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이 작품은 비유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느닷없는 '이성의 차가운 / 눈을 뜨게 한다'는 주제적 진술이 붙어 버림으로써 힘이 빠져 버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유적 진술임에도 불구하고 시적 구성을 취하는 데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점에서는 시적 성취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니까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가 작품에는 아쉬운 지점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그릇은 절제와 균형의 중심으로 존재하며,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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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읽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읽기

1. 이끄는 말 오늘 우리는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어 보려고 합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겨울 북간도에서 태어나 조선이 해방되기 불과 몇 개월 전인 1945년 2월에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친 분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는 불운했던 문학 청년이었습니다.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해 보지도 못했고, 출판마저 어려워 어찌어찌하여 그가 죽은 뒤에야 남아 있던 필사본으로 시집을 엮어낼 수 있었던, ‘시인’이라는 이름도 살아 있을 때에는 누려보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의 시집을 함께 읽습니다. 그의 사후에 사람들이 그에게 ‘저항시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까닭에, 그는 연희 전문 시절의 미소를 띤, 한껏 여유 있는 젊은 청년으로 사진 속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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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자리] 이것은 촉각적 이미지입니까?

이것은 촉각적 이미지입니까?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 구두 밑바닥에 /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만 묻어 있다 /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 쑥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 내 귀는 얼어 / 한 소절도 듣지 못한 강물소리를 / 구두 혼자 어떻게 듣고 왔을까 / 구두는 지금 황혼 / 뒤축의 꿈이 몇 번 수습되고 / 지난 가을 터진 가슴의 어둠 새로 / 누군가의 살아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촉수가 /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 / 고향 텃밭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 구두는 초면 나는 구면 /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온 내게 / 고향은 꽃잎 하나 바람 한 점 꾸려주지 않고 / 영하 속을 흔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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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투리] 잊을 수 없는 노래 가사 : '사랑하기 때문에'

꼬투리 : 콩과 식물의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모두잡이를 뜻하는 '고'와 알갱이의 단위를 뜻하는 '톨'(톨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꼬투리'는 위의 뜻을 기본으로 삼지만 확장된 의미로서 '실마리'를 뜻하기도 한다. 특별한 형식 없이 생각을 발전시켜 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단서들을 논의하는 글의 묶음으로 이 말을 주제어 삼아 앞세운다. 읽기 전에 : 이 글은 한 스무 곡(?) 정도의 가사를 정리할 때까지 덧붙여가며 글을 계속 쓸 생각이다. 글을 다 쓰고 올리는 방식으로 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여력이 없다. 그냥 숨김없이 생각의 전개 과정을 드러내면서 글을 만들어갈까 한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곁을 떠나가던 날 ..

공부를 위한 준비/단서들

[꼬투리] 잊을 수 없는 노래 가사 : '사랑이야'

꼬투리 : 콩과 식물의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 모두잡이를 뜻하는 '고'와 알갱이의 단위를 뜻하는 '톨'(톨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꼬투리'는 위의 뜻을 기본으로 삼지만 확장된 의미로서 '실마리'를 뜻하기도 한다. 특별한 형식 없이 생각을 발전시켜 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단서들을 논의하는 글의 묶음으로 이 말을 주제어 삼아 앞세운다. 읽기 전에 : 이 글은 한 스무 곡(?) 정도의 가사를 정리할 때까지 덧붙여가며 글을 계속 쓸 생각이다. 글을 다 쓰고 올리는 방식으로 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여력이 없다. 그냥 숨김없이 생각의 전개 과정을 드러내면서 글을 만들어갈까 한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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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투리] 잊을 수 없는 노래 가사 : '화(和)'

꼬투리 : 콩과 식물의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 모두잡이를 뜻하는 '고'와 알갱이의 단위를 뜻하는 '톨'(톨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꼬투리'는 위의 뜻을 기본으로 삼지만 확장된 의미로서 '실마리'를 뜻하기도 한다. 특별한 형식 없이 생각을 발전시켜 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단서들을 논의하는 글의 묶음으로 이 말을 주제어 삼아 앞세운다. 읽기 전에 : 이 글은 한 스무 곡(?) 정도의 가사를 정리할 때까지 덧붙여가며 글을 계속 쓸 생각이다. 글을 다 쓰고 올리는 방식으로 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보니, 여력이 없다. 그냥 숨김없이 생각의 전개 과정을 드러내면서 글을 만들어갈까 한다. 너와 맹세한 반지 보며 반지 같이 동그란 너의 얼굴 그리며 오늘도 젖은 짚단 태우듯 또 하루를 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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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자리] 이 표현은 역설입니까?

(이 글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 글입니다. 질문 글은 이 글이 끝나는 부분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 표현은 역설입니까?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 내 가슴 설레느니, //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내 대답은 '아닙니다'입니다. 이제 그 까닭과 함께 '역설'의 인식적, 표현적 특성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는 역설에 관한 몇몇 글이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함께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유튜브 콘텐츠는 아니지만, 구독도 권해 드립니다. 나의 노트북 속 조각 문서 파일들로 있던 것들을 공유하기 위해 수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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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비유에 대하여 2-2

2. 표현으로서의 전의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이 오묘한 음상을 활용한 긴장은 완고해 보이고 잘 치장되어 있는 사회 체제일수록 그 완고함이 만들어내는 불안정한 일체성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내적 모순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시행에서 '틈'은 결함, 무질서, 갈등, 의도치 않은 과정의 여지 같은 의미를 함축하는 비유로 사용된다. 우리의 경험 세계에서 틈은 형태의 내외 경계 구분이 분명한 둘 이상의 사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이 진술은 절반쯤은 납득되고 절반쯤은 이상하게 여겨지는 표현이다. 틈, 김기택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 숨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가는 한 줄 선 속에 빛을 우겨넣고 버팅겨 허리를 펴는 ..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적 주제들

[재개념화] 詩가 무엇이관대...

시론에서 시에 관한 정의를 찾아 읽다 보면 종종 시의 정의가 서구의 것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논의에서는 詩의 어원을 살펴 시경이나 그밖의 고문의 풀이를 인용하는 장면도 함께 보여 준다. 이식되거나 임차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야 좋고 나쁘고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것도 죽어 이미 완료된 상태로 있지 않는 한 변해야 하고 변할 수밖에 없는 게 이치인데, 시라고 옛것이 그대로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Poetica(아리스토텔레스)의 Poesis가 지금의 시와 같지가 않고 詩經(공자)의 詩가 또한 그 모습으로 지금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남의 정의를 가져다 쓰는 것에 부동의하여 옛것을 들추는 것이나 결국 남의 것으로 남의 것을 빌어온 것이라 책하는 ..

misterious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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