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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시 쓰는 것을 잊었더랬다.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배운 뒤로 시는 써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었다. 나쁜 시 같으니라구. 아주아주.
취향의 시종/펜과 잉크-기억을 위한 오래된 수단들

[만년필] Restoration : 1930년대 만년필 수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봐도 메이커는 모르겠습니다. 레버 필러 방식의 클립형 만년필입니다. 재질은 빗살무늬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검은색의 하드 러버입니다. 브랜드를 알 수 없이 다만 배럴에 ‘CIGARETTES HOLLYWOOD’라고 음각이 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음각된 배럴의 위치는 다른 상업적 광고를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우연히, 하지만 아주 어렵게 찾아낸 같은 제품의 정보에서는 ‘Ty-Phoo Tea’를 판촉하는 제품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홍보 판촉용 만년필인 셈인데, 그 글에도 적혀 있듯이 기본적으로는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펜촉에는 ‘WARRANTED 14Ct 1st QUALITY’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이 제품은 6년 전쯤 ebay에서 벌크로 산 만년필들 중 하나입..

나/일상 허투루 지나치지 않기

[단상] '외눈'은 차별언어인가

1. 일단 시작하는 말 복합어의 구성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문법적 구성에도 있고, 당연히 의미적 구성에도 있다. 의미적 구성에서 가장 기본적인 규칙 중 첫 자리에 오는 것이 마지막으로 남는 어근에 가깝게 위치할수록 본질적 속성을, 멀어질수록 현상적 속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나다라'가 네 개의 형태소가 합쳐진 복합어 체언이라면 '라'가 가장 본질적인 속성을 '가'가 가장 현상적인 속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현상적인'은 '일시적인'이라거나 '표면적인'이라거나 '개별적인' 같은 말로 바꾸어쓸 수도 있다. 체언은 끝에 올수록 일차적인 어근에 가까워지니, 예컨대 '고운점박이푸른부전나비'라는 단어는 '곱(은)+점박이+푸르(ㄴ)+부전+나비'로 형태소 결합이 되어 있을 때 가장 큰 분류 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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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모든 山脈들이 바다를 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의 뒤에 白馬 타고 오는 超人이 있어 이 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陸史詩集, 1946) 1. 해석은 맥락적 단서가 최소화되더라도 가능한 것부터 시도하면서 확장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국지적으로 표현된 것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말하자면, 다른 해석이 그다지 높은 설명력을 갖지 못할 경우 취하게 되는 ‘유보적 판단’의 경우에 한한다. 2. 이런 점에서 여전히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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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그릇1,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이 작품은 비유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느닷없는 '이성의 차가운 / 눈을 뜨게 한다'는 주제적 진술이 붙어 버림으로써 힘이 빠져 버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유적 진술임에도 불구하고 시적 구성을 취하는 데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점에서는 시적 성취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니까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가 작품에는 아쉬운 지점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그릇은 절제와 균형의 중심으로 존재하며, 확장..

공부 중/문식성교육

[독서교육] 2021년 독서교육의 주요 의제 (1) : 기초 문식성

ㅇㅎ1. 기초 문식성 교육과 실행 기반 1.1. 교육부의 기초 학력 지원 교육 강화 추진 배경 교육부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급감에 따른 국가 경쟁력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발현시키기 위한 교육 지원책을 마련해 왔다. 특히 초기 단계의 학습부진 문제로 교육에 흥미를 잃는 학생수가 증가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조기 진단과 보정을 강화하고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육 지원 및 관리 체제를 체계화하기 위해 기초학력지원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정책 및 사업은 2010년 전후부터 시작되었지만, 연차적으로 시행되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대상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대한 학교의 대응력은 충분치 않고 특히 학습부..

공부 중/국어교육

[국어교육론] 국어교육을 시작하는 열두 개의 질문 (6) : 국어교육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는가?

`` 1. 사회적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1.1. 언어 교육의 내용 Ⅰ ◼ 교육의 대상이 되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을 일차적 기능으로 삼는다 → 언어 교육은 사회적 언어를 대상으로 한다 ◼ 사회적 언어로서 교육의 내용이 되는 것은 의사소통 외에도 사고, 창안, 그리고 문화 향유와 계승 등이 있다 → 사회적 언어 밖의 언어인 사적 언어는 교육의 간접적 영향 내에 있지만 직접 교육되지는 않는다 1.2. 언어 교육의 내용 Ⅱ ◼ 사고의 기능은 의사소통의 기능보다 교육 제도를 넘어선 부분에서의 학습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직관과 통찰은 교육 제도가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언어적 능력이 아니다. ◼ 사회적 기능에 따라 언어의 학습 시기와 성격이 달라진다 → 모어 교육은 삶의 공동체 내에서 오랜 시간을 ..

공부 중/국어교육

[국어교육론] 국어교육을 시작하는 열두 개의 질문 (4) : 국어교육은 영역 특수적 교육인가, 영역 일반적 교육인가?

1.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의 ‘이지 중대’ Stephen E. Embrose의 논픽션 소설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는 2차 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부터 종전에 이를 때까지 미 육군 제101 공수사단의 506연대 소속 이지 중대(E-Company)가 겪었던 일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니 시리즈 드라마가 미국 HBO에서 방영되어 대단한 관심과 인기를 끌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MBC와 EBS에서 방영된 바 있습니다. 지금은 넷플릭스와 왓차에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흔히 '3대장'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전쟁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하는 HBO의 전쟁 드라마 3대장 하면 이 작품을 포함하여 '더 퍼시픽(Th..

공부 중/국어교육

[국어교육론] 국어교육을 시작하는 열두 개의 질문 (3) : 내 기억 속에서 국어교육은 무엇인가?

1. 다들 처음부터 국어 교사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어떤 계기가 있기도 한데, 다음과 같은 몇몇 경우들이다. * 학창 시절에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국어 선생님이셨다. 나도 그 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변이형) 수업 시간에 영화 얘기며 문학 작품 얘기며 재미있게 말씀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분 덕분에 국어 과목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그 분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 국어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성적이 많이 올라가 국어에 소질이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국어 교사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 친구들과 국어 공부를 할 때 그 아이들이 잘 모르는 것을 설명해 주면..

공부 중/국어교육

[국어교육론] 국어교육을 시작하는 열두 개의 질문 (2) : 왜 ‘국어교육학과’가 아닌가?

1. 이름에 관한 짧은 도입 '국어교육과'와 비슷한 이름의 학과 명칭을 있는 대로, 만들어서라도 적어 보자.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과, 모국어교육과, 자국어교육과, 자민족언어교육과, 독서교육과, 언어교육과 ……. 여기에 '과' 대신 '학과'를 넣어도 되니 이름의 갯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 많은 이름 중에 '국어교육과'가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의 국공사립 대학 중 사범대학에 국어교육과를 두고 있는 곳은 38개가 있다. 그 중 한국외국어대학교가 '한국어교육과'로 이름이 붙은 학과를 두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국어교육과'로 명칭을 삼고 있다. '국어교육학과'라는 명칭은 사범대학이 아니라 학과 형태로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원의 전공 단위 정도에서 발견된다. 가톨릭관동대학..

공부 중/국어교육

[국어교육론] 국어교육을 시작하는 열두 개의 질문 (1) - 왜 국어교육과에 지원했는가?

1. 현실이 된 국어교육과 많이 달라졌는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COVID-19로 인해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 달라진 것은 여러분이 여전히 의무로서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 공부에 힘쓰던 몇 년 동안의 시절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긴 시간을 열중해서 시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여전히 국어교육은 여러분 각자에게는 익숙지 않은 복장이고 게다가 무슨 용도의 복장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사실. 여러분의 한 세대 이전 선배들은 국어교육과 무관하게 달라진 현실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제는 들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 '캠퍼스의 낭만' 같은 말이 그 선배들에게는 대학 신입생의 치기어린 활극과 모험과 시도와 좌절을 설명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여러분은 당장 내일 등교하여 캠퍼스를 거닐게 되더라도 그 느..

misterious Jay
긁적거리면서 시